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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팹 | 브라질 남자와의 연애이야기

브라질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 & 지금으로 오기까지의 우여곡절 이야기

by 쟌핏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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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19년 11월, 데이팅 어플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앱에서 내 연인을 만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새삼 신기하긴 하다. 호주 워홀 당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 아쉬움에 뉴질랜드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보자, 란 목적이 컸다. 내가 어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첫 직장도 시티 중심이 아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는 곳이었어서 오프라인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온라인 친목모임이나 언어교환 앱, 데이팅 앱을 찾게 되었고.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상한 사람들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남자친구의 첫인상은 '착하다' '선하다' '말을 예쁘게 한다'는 것.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운동이었다. 문자를 많이 주고받은 건 아닌데도 느낌이 좋아서 선뜻 만나자는 요청에 응했다. 첫 만남 때, 내 퇴근시간에 맞춰 데리러 와준 팹. 일에 절어서 만나는 거라 걱정이 되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오히려 꾸미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더라. 뉴질랜드는 카페가 일찍 문을 닫아서 근처 펍으로 가서 맥주 한잔씩 시켜서 얘기를 나눴다. 뻔한 표현이지만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두세 시간을 떠들었는데 막상 뭔 얘기를 했는지 사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는다. 초반엔 아마 긴장해서 아무 말이나 한 것 같기도 하고..

 

늘 운동과 함께인 우리 at CityFitness in Kroad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남자친구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 있었고(물론 지역은 달랐지만), 서로 IT 관련 업종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서 관련 얘기를 나눴다. 뉴질랜드에서의 근황, 마침 서로 온 시기가 두 달 정도 차이가 나서 또 더 잘 통했나 보다. 당연히 가장 메인인 운동 얘기도 빠질 수 없었는데 내가 수영장에 다닌다고 하자 본인도 서핑이랑 수영 좋아하는데 이곳에서 못 가봤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바로 다음날 수영을 간다고 하니 자기도 덥석 따라가겠다고 해서 자연스레 애프터까지 잡게되었다. 결국 펍이 닫을 시간 즈음에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


헤어질 때 인사를 하는데 팹이 가볍게 포옹을 했다. 많이 편해져서인지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남자친구가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한 게, 브라질에서는 인사로 포옹과 뺨을 맞대는데 놀랄까 봐 처음엔 하지 못했다고.. 근데 이제 조금 편해진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포옹을 했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고 다음날 점심에 수영장에서 만나 수영도 하고 사우나도 같이 들어가고, 같이 멍 때리며 사람 구경도 하며 서로 더 가까워졌다. 수영 끝나고 같이 첫 식사를 했는데 하필 쌩얼에 햄버거여서 뭔가 많이 민망했지만 즐거웠다.

 

두번째 만남, 물놀이 직후 Burger Fuel in North Shore

그 이후로도 서로 바쁜 와중에 자주 만나며, 데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서로의 언어로 사귀자는 표현이 뭐냐, 남자친구, 여자친구 단어 등을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인관계가 되었다. 중간에 잠깐의 이별도 있었고, 코로나로 정말 마음을 접고 한국을 가야 하나 고민도 있었지만 팹이 강하게 잡아줘서 어느덧 알콩달콩 동거한지도 1년이 넘었다. 지금은 양가 부모님께 영상통화로나마 인사를 드리고 상황이 좀 나아지면 한국과 브라질 두 나라에 갈 생각이 있다.


헤어짐의 이유를 설명하자면, 불안정한 비자 상황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보니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 될 일이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해왔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연이니 이렇게 이겨낸 게 아닌가 싶다. 난 워홀비자였고, 남자친구는 학생비자로 왔지만, 정착의 목적이 분명했고 워크비자 준비중이었다. 워크비자 승인이 늦어지면서 일로도 학업으로도 바빠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나는 나대로 워홀비자가 끝나가니 학생비자든 뭐든 준비를 해야 했다. 파트너 비자에 대해서 얘기는 나왔지만, 사실 조건이 안될뿐더러 스스로도 결혼/동거에 대해서 처음 생각하게 된 거라 걱정도 고민도 참 많았다.


하필 이때,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으로 집에만 있어야 했고 가족 간에도 방문이 금지였다. 동거 전이어서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기도 했고, 서로의 고민을 끌어안은 채 연락도 점점 뜸해져만 갔다. 선뜻 뭔가를 말하기 참 애매한 상황. 그런데 웬걸, 코로나가 이번에는 우리 커플을 도왔다. 여러모로 너무 지쳐서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오클랜드에 발이 묶여버리고 만 것이다. 정부 공식 발표로 제 비자는 자동 연장되었고, 팹은 다행히 그전에 워크비자는 승인이 난 상태였다. 남자친구는 이때다 싶었다고..!


락다운 기간 중, 내 생일이 있었는데 챙겨주지 못했다고 락다운 이후에 레스토랑 예약을 했다며 날 데리러 왔다. 가보고 싶다고 한 브라질리언 스테이크 전문점.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조금 어색했는데, 남자친구가 식사하는 내내 뚫어지게 쳐다봐서 더 민망했다. 왜 그렇게 보냐고 묻자, 천천히 본인의 준비?한 플랜을 피력하며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사실 기회를 더 주고 말고 할 건 아니었다. 별생각 없이 온 뉴질랜드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ㅎㅎ 심지어 브라질에 가자고 해도 응할 정도로.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브라질식 스테이크 코스요리 at WildFire in Auckland CBD



지금도 그 마음은 똑같다. 남자친구도 내가 한국에서 꼭 살아야 한다면 따라오겠다고 한다. 둘 다 현실적인 타입이라 진지하게 플랜을 짜야해서 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서 일단 부모님도 뵐 겸 여행 먼저 가서 사전답사 이후에 또 얘기를 하기로 했다. 뭐 아직까지 오클랜드 생활에 이렇다 할 큰 이슈, 불만사항이 없기에 이곳에서 좀 더 머무를 듯하다. 종종 자녀계획에 관해 서로 언급을 하곤 하는데 이곳의 교육환경은 훌륭한 편이니 이 역시 또 하나의 뉴질랜드 정착 이유가 되겠다.

 

우리의 첫 여행 in Cathedral C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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