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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오클랜드 일상다반사

유방암 고위험군 "비정형유관증식증" 수술 후 일주일 타임라인과 상세 후기

by 쟌핏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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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 이어서 "비정형유관증식증" 치료를 위해 받은 외과적 절제수술 후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수술 직전까지 가장 궁금했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절제 수술 후의 통증 정도와 일상생활 가능 여부. 즉답을 듣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내 대답은 이렇다. 통증은 참을만했다. 다만 나는 아픈 걸 잘 참는다. 일상생활은 여러 제약이 있는 와중에 열심히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물론 일주일 휴가에 낸 것에 대해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정도. 진통제는 당일 파라세타몰 2정씩 세 번, 트라마돌 1정 한 번. 이후 사흘간 자기 전 파라세타몰 2정에 세레콕시브(NSAID 계통 진통소염제) 1정 먹었다. 수술 당일까지의 포스팅은 바로 아래에 링크를 걸어두었고, 수술 상세 후기는 그 아래 문단부터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다.

유방암 고위험군 "비정형유관증식증" 검진부터 수술 당일까지의 타임라인 (tistory.com)

 

유방암 고위험군 "비정형유관증식증" 검진부터 수술 당일까지의 타임라인

누군가 내게 최근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연코 건강검진이 될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방암 검진이긴 하지만, 덕분에 이 기회에 올 11월 한국에 가면 반드시

janfit.tistory.com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수술 1일 차. 완전 휴식.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푹 잘 잤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 뒤척이면 수술 부위가 불편하긴 했지만, 평소 운동 후에 느끼는 근육통에 비해 통증레벨은 훨씬 낮았다. 물론 수술 부위 표면은 살짝이라도 손을 대기가 무서워서 웬만하면 어디에도 닿지 않게끔 유의했다. 다행히도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을 때, 가동범위가 여러 방향으로 잘 나왔고 반복적인 움직임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수술 후 48시간은 샤워가 불가하다고 안내받아서 운동은 자제했다. 산책이라도 나가고 싶긴 했는데 하루종일 비가 와서 그마저도 어려웠다. 딱히 할 게 없어서 관련 분야 코스를 하나 신청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용어에 영어에 과부하가 와서, 캔디크러쉬소다사가를 설치해 잠깐씩 머리를 식혔다. 점심에는 엄마와 두 시간 동안 페이스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저녁에 비가 살짝 그쳤을 때, 파트너를 케이크로 꼬셔서 외출을 했다. 집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니는 건 괜찮았는데 막상 바깥에 나가니 확실히 달랐다. 가슴사이즈가 전혀 큰 편이 아님에도 걸음걸음마다 느껴지는 충격감(수직적 부하)을 전혀 컨트롤할 수 없어서 속도가 나질 않았다. 항상 내 걸음이 더 빨랐는데 파트너 걸음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잠깐 걸었는데도 확 피로감이 몰려왔다. 산책 전까지 사실 진통제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래도 먹어야겠단 생각이 이때 들었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수술 2일 차. 밀린 집안일, 외출, 실내자전거 그리고 드레싱 교체. 생각보다 큰 절개부위.

이틀 운동을 쉬니 좀이 쑤셔서 아점을 먹고 홀린 듯이 거실 청소를 시작했다. 원래는 건조대에 널린 빨래만 정리할 참이었는데 내가 본격적으로 환기를 시키고 물건들을 정리하니 파트너가 질세라 청소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선 화장실 락스와 장갑을 들고 화장실로 향하길래, 나도 설거지와 주방 싱크대 물때 제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 더 생산적이고 좋았다. 

날씨가 전날보다 좋아서 장도 볼 겸 외출을 했다. 수술 후에 입는 앞에 지퍼가 달린 브라를 사고, 식료품도 사고, 지인 선물도 사고, 미용실에도 갔다. 저녁이면 수술 후 48시간이기에 간단히 실내자전거를 타고 샤워를 할 요량으로 미리 미용실에서 비용을 내고 머리를 감았다. 뉴질랜드 헤어컷 프랜차이즈 Just Cuts 보타니 지점에 다녀왔고, 샴푸서비스 가격은 14불이다. 드라이도 따로 페이를 해야 하는데 나는 자연건조를 선호해서 머리만 감겨달라고 요청드렸다. 수건을 챙겨가기도 했고, 어차피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괜찮다고 했음에도 직원분이 열심히 수건으로 말려주셨다.

집에 도착해 식료품들을 정리하고 기력이 좀 남아서 오랫동안 어질러져 있던 다용도함도 정리를 했다. 쇼핑한 재료로 파트너가 요리를 해줬는데 기대한 맛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배가 불러서 캔디크러쉬로 소화를 시켰다. 오후 9시 무렵 아래층으로 내려가 실내자전거를 탔다. 의지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심박수를 많이 높이지 못했다. 그래도 숨도 많이 거칠어지고 땀이 났다. 오전에 수술부위에 맥박성 통증과 아릿한 느낌이 진하게 있었는데 운동 중에는 별로 없었다. 30분 정도 Zone 1 강도로 타고 땀을 씻어내는 정도로 샤워를 했다. 

온몸을 꼼꼼히 말리고 알코올패드와 새 방수테이프도 준비해 펼쳐놓았다. 이전 드레싱을 살살 뜯었는데 그 안에 테이프가 하나 더 있었고, 나는 깜짝 놀랐다. 봉합부위가 바로 보인 건 아니지만 사이즈가 꽤 큰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들은 바로는 삽입한 철심(Hook Wire)을 따라서, 해당 병변을 도려내는 수술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이전 생검 때처럼, 또는 한 회원님이 말씀하신 복강경수술처럼 수술 상처나 흉터가 구멍모양일 거라 예상했는데, 내 왼쪽 가슴 아래에는 4cm 남짓한 절개선이 있었다. 어쩐지 아프더라. 아무튼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떼어보려고 했는데 잘 떨어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살짝 만져보니 깨끗하고 건조해서 그냥 알코올패드로 소독하고 그 위에 방수테이프를 붙였다.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수술 3일 차. 운전, 회원님의 사랑이 담긴 갈비찜, Zone2 실내자전거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어서 설렜다. 크고 빠르고 많은 움직임만 아니라면 괜찮아서 약속을 강행하기로 했다. 아침이 몸이 많이 무거운 느낌이어서 체중을 쟀더니 평소보다 2-3kg가 쪄있어서 낙담했다. 뭐 이유야 많았다. 생리도 며칠 밀렸고, PMS가 하필 식욕으로 와서 전주에 많이 먹기도 했고, 수술 후에 당연히 움직임도 적었고, 수술 부위 아래 배 쪽에 뭔가 체액이 부풀어 있는 느낌도 있었고. 그리고 이 날 올린 포스팅에도 썼듯이 이상하게 나는 진통제를 먹으면 생리가 종종 늦어져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었다.

아무튼 점심약속 장소가 집 근처라 걸어갈까 했는데, 햇볕이 상당해서 그냥 운전대를 잡았다. 약속 장소가 하필 휴무라 다른 곳으로 갔는데 나도 모르게 이동 중에 살짝 뛰었다가 굉장히 별로인 느낌에 아차 싶었다. 전 날 구매한 브래지어를 미처 세탁할 시간이 없어서 착용하지 못하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물론 노브라 티 나지 않게 옷을 입어서 가슴을 잡아줄 만한 게 더 없기도 했다. 집에 가자마자 빨래를 했다. 세탁기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생리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좋은 소식이긴 했다. 생리통은 없었다.

참, 이 날은 사무치게 감사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따뜻한 회원님께서 손수 만든 갈비찜과 김치, 햇반을 내게 가져다주셨기 때문이다. 요리라도 한 번 덜하고 쉬라고, 대신 아무거나 먹을 순 없으니 영양식 챙겨 먹으라며 주신 음식들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회원님만큼이나 아름다운 갈비찜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녁에 파트너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다.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회원님들께 챙김을 받을 때 왠지 모르게 기가 사는 느낌이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나도 좋은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유치한 생각. 유치한 걸 받아들이고 넘어서서, 더욱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밤 열한 시 십 분 전, 다시 실내바이크로 갔다. 오전에 결심한 대로 이번엔 Zone 2 강도로 10분 이상을 노렸다. 탈 만 했다. 땀이 후드득 떨어지고 셔츠가 앞뒤로 젖었다. 샤워를 하고 드레싱을 갈았는데 이번에는 절개부위 바로 위를 덮은 테이프가 잘 떨어졌다. 꼼꼼히 소독을 하고 다시 방수테이프를 잘 붙이고 취침했다.

2024년 4월 23일 화요일, 수술 4일 차. 밀린 서류업무.

이 날은 딱히 한 게 없다. 전날 하기로 해놓고 안 한 GP 비용 보험 청구와 진단명 오류로 거절당한 ACC Weekly Compensation 신청을 다시 했다. 머리 식히려고 설치한 캔디크러쉬에 너무 빠져버려서 다시 지워버렸다. 아마 한국행 10시간 비행기 안에서 다시 깔겠지. 파트너가 부탁한 수건들을 세탁하고, 저녁에 퇴근한 그를 위해 밥을 차렸다.

2024년 4월 24일 수요일, 수술 5일 차. 외부 세미나와 피검사.

오전 10시, 세금 관련 세미나를 들으러 외출을 했다. 전 날보다 먼 거리의 운전이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다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유를 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애플페이가 작동을 안 해서 뒷좌석에 있는 카드지갑을 꺼내려다가 무리하게 손을 뻗는 바람에 수술부위가 조금 뜯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했어도 됐는데, 무슨 날이었는지 주유소에 차가 하도 밀려서 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Gym에 복귀하면 절대 서두르지 않기로 다짐했다. 돌아가는 길에 GP선생님께 요청한 피검사를 위해 Labtests에 들렀다. 날씨가 좋아서 주변 바닷가에 갈까 했는데 피 좀 뽑았다고 갑자기 마음이 식었다. 괜히 집 앞에 있는 WuCha에 들려서 생전 내 돈 주고 안 사 먹는 버블티를 사 집으로 왔다.

저녁에 수술 부위를 확인했을 때, 기다란 절개 상처 중간에 0.5cm 정도 살짝 열린 것 같이 보이긴 했지만, 딱히 피나 삼출액 같은 게 나오지 않아서 안심했다. 땀을 흘리면 안 될 것 같았지만 그냥 가볍게 17분 실내바이크를 탔다. 

2024년 4월 25일 목요일, 수술 6일 차. ANZAC Day, 시티 외출, 마운트웰링턴 Summit 오르기.

뉴질랜드 현충일이라고 할 수 있는 ANZAC Day(안작데이)는 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전투에 참전한 호주 뉴질랜드 군단의 군인과 당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추모의 마음보다 수술의 회복과 나의 안녕에만 힘쓰며 하루를 보냈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용감한 마음과 희생정신을 기려 본다. 

지난 이틀 운동 강도가 낮았으므로 오전에 강도 높게 스핀바이크를 탔다. 수술 후 처음으로 Zone 5까지 갔다. 역시 유산소는 저녁보다 아침이 퍼포먼스가 잘 나온다. Zone 2, 3에서 각 10분 남짓, Zone 4에서 6분을 머물렀다. 34분 동안 200 cal 태웠다. 시티에 있는 Fish Market도 가고, 파트너가 찾은 찰보리빵(도라에몽이 좋아하는 도라야끼) 집도 갔다. 오랜만에 뚱카롱도 먹었다. 새로운 카운트다운에 가서 새로운 식재료를 구매했다. 파트너를 꼬셔서 이번에는 마운트웰링턴 트래킹을 갔다. 초반에 경사가 조금 가팔랐지만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금방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박수도 많이 오르고 땀도 많이 났지만 크게 어렵진 않았다. 노곤한 상태로 집에 가서 좀 쉬다가 쇼핑한 닭고기로 저녁을 해 먹었다. 후식으로 파트너가 파인애플을 잘라줬다. 최고!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수술 7일 차. 포스팅 시작, 봉합부위 가려움증과 후시딘.

전 날에 이어, 그리고 조금 더 일찍 아침 유산소로 자전거를 탔다. 30분 180 cal 소모. 비슷한 Zone 트레이닝. 비록 이 포스팅을 쓰는 8일 차인 오늘은 공복 자전거를 타지 않았지만 일부러 걸으러 아침에 나갔다 오긴 했다. 어쨌거나 금요일은 나름 기념비적인 수술 후 일주일 차. 오랜만에 방대한 양의 글을 써 내려갔다. 미리 메모를 해둔 게 아니었어서 혹시나 놓친 건 없는지 여러 번 기억을 되짚었다.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고 이부자리에 누웠는데 수술 부위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억지로 잠에 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결국 상처부위를 다시 소독했다. 급하게 검색 후 수술 부위에 후시딘을 바르고 테이핑을 했더니 가려움증이 싹 사라져서 잠들 수 있었다.


내 수술후기는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다음 주 목요일 팔로우업 세션 때 특이사항이 있으면 추가로 업로드를 해야겠다.

하루에 채 다섯 명도 찾지 않는 블로그이지만, 누군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비정형유관증식증"을 검색할 향후를 위해서 정성껏 써보았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보다는 티스토리가 구글이나 네이버검색했을 때 노출이 더 잘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빠르게 회복 중이어서 다음 주에 스튜디오 수업을 재개하는 것이 우려가 되지 않는다. 오래간만에 맛본 휴식이 달긴 달다. 한 번 푹 쉬고 다시 일어서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또 열심히 살아나가야겠다. 

혹시 유방암 관련 수술을 앞두고 읽고 계신가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별 일 없이 무탈히, 무난히 잘 이겨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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