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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오클랜드 일상다반사

결국 내 차례가 오긴 왔네.. 코비드 증상 3일차, 확진 1일차 타임라인

by 쟌핏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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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나날들을 보낸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지난주부터 몸이 좀 안좋았는데 오늘 아침 자가 테스트기에서 양성이 떠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첫 코비드 확진자가 나온 것은 2020년 2월 28일. 그로부터 1년 반 정도가 지나고나서야 걸렸으니 사실 크게 놀랍지는 않다. 언젠가 내 차례도 오기야 하겠지 예상했으니까. 최근 가까운 지인들의 확진 소식은 들려와서 살짝 긴장한 상태이긴 했었다. 어쩌면 나는 증상 없이 그냥저냥 지나갔나 싶었는데, 웬걸 너무 아프다. 확진 1일차이지만 지난 며칠간 미세한 증상들이 있었기에 타임라인을 만들어 기록하고자 한다.

2022년 8월 21일 일요일 저녁, 증상 1일차

일단 토요일 저녁 피곤함이 몰려왔다. 세미나와 개인운동, 많은 수업들로 바쁘게 지낸지 꼬박 3주가 되는 시점이었다. 일요일에 팹과 영화관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그냥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막상 일요일 아침이 되니 체력이 돌아왔고 공복 운동까지 잘 마쳤다. 오클랜드 시티에 나가 평소 자주 찾던 태국음식점도 가고 시네마와 같은 층에 있는 볼링장에서 포켓볼도 치고 '한산'도 잘 감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었고 잔기침이 살짝 나왔다. 당장 다음날부터 또 수업이 많이 있어서 목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사서 집에 왔다.

일요일 저녁 7시 쯤, 온몸에 열감과 약간의 근육통이 느껴졌다. 지난주는 운동 역시 하루에 두번씩 한 날도 있을 정도록 열심이었기에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졸음이 막 쏟아져서 잠깐 누워있다가 혹시나 하고 집에 있는 테스트기를 사용해보았다. 결과는 음성. 미심쩍었지만 다음날 아침 다시 해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2022년 8월 22일 월요일, 증상 2일차

아침에 일어났을때 어제보다 열이 더 있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침 삼킬때 조금 아픈 정도까지 되었다. 가끔 방이 건조하면 목 깊숙히 건조해지면서 편도부분이 살짝 아픈 적이 있긴 한다지만 느낌이 쎄했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살짝 잠기는 느낌. 기침이나 가래는 없었지만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브랜드가 두개가 있어 전날과 다른 것을 사용해봤는데 미세한 반응도 없이 깨끗한 음성이었다. 단순 몸살인건가? 혼란스러웠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혹시 몰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했다. 오후에는 목소리 잠긴 것 외에 몸이 또 괜찮아져서 마스크를 한번 벗었는데 다시 저녁이 되자 목소리가 더욱 잠기고 기침이 잦아졌다.

자려고 누웠는데 나도 모르게 시름시름 앓는 소리가 계속 나고 오한이 느껴졌다. 더우면서도 추운 느낌.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다시 테스트를 했고 결과는 뭔가 허무하게도 음성이었다. 코비드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목이 과하게 아파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괜히 크게 욕심을 부려서 일을 많이 했나 싶기도 하고. 몸 상태가 이대로라면 앞으로 잡힌 일정들 소화는 무리인데, 코비드 같은 확실한 사정 없이 취소나 연기는 어찌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팹도 내 상태를 보고 크게 걱정을 했다. 밤중에 내가 끙끙거려서 계속 확인했다고 한다.

 

2022년 8월 23일 화요일, 증상 3일차 & 양성반응 1일차

확실히 잠을 많이 설쳤다. 중간중간 목이 아파서 깨고, 기침하며 앓고, 물 마시기를 반복했다. 새벽 6시, 팹이 출근하는 시각. 나도 물에 젖은 솜같은 몸을 겨우 일으켜 Gym Membership 연장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6.35am에 테스트를 했다. 이게 참 요상한게 첫 5분 정도는 한줄이었는데 설명서에 나온것처럼 10-15분 지나니 나머지 한줄이 추가로 더 떴다. 부랴부랴 팹과 통화를 하고 어제 수업 회원님들과 앞으로 일정들 연기, 매니저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가족들한테도 소식을 알리고 심심한 위로를 받았다.

23일 월요일 새벽 테스트 미세한 두 줄, 오후에는 심해지는 증상과 더불어 더욱 확실한 양성 반응.


내 연락을 받자마자 팹도 보스에게 알리고 절차대로 검사를 했다. 근데 음성이 떴고 증상이 없어서 보스가 집에 가지 말고 계속해서 일을 하라고 했더랬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시스템이 바뀌어서 팹과 같은 상황에서는 외출 및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는데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어쨌든 같이 살기에 팹의 확진도 어느정도 예상되는 바여서 부족한 생필품들 리스트를 적어 퇴근길에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점심이 지나고 불투명한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고, 저녁인 지금은 콧물과 코막힘이 있다. 아직 음식맛은 잘 느껴지고 식욕도 보통과 같아서 가족 및 친구들의 염려와 다르게 너무 잘 챙겨 먹고 있다. 식단 챌린지 마친지 얼마 안돼서 오히려 요요가 올까 걱정이다. 활동량도 몇배는 감소할테니까 먹는거라도 잘 조절해야겠다.
어제까진 탄산을 잘 마셨는데 방금 팹이 건넨 펩시 맥스를 한모금 먹고 탄산이 목에 닿자마자 말초신경까지 확 쇼크가 왔다. 진짜 '코비드 = 인후통' 인 것 같다.

양성 결과를 리포트하니 뉴질랜드 헬스라인에서 보내온 관련 문자 메시지, 이걸 참고하면 팹도 나와 함께 당장 격리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뭐가 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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