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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 오클랜드 일상다반사

인후통과 얕은 잠의 연속, 하룻밤새 꿈 꾼 것들. 코로나 확진 타임라인(2)

by 쟌핏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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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째이자, 확진 결과를 알게 된 지는 사흘째인 오늘. 놀랍게도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제일 큰 변화는 무언가를 삼킬 때 느껴지는 고통이 아주 괜찮아졌다는 것. 새벽까지는 심했으나 이 서문을 쓰는 지금(증상 5일 차 오전) 거의 통증이 없다. 그 고통이 콧속으로 옮겨갔다는 게 함정이지만. 콧물이 줄줄 흐르다가 막상 풀려고 하면 또 엄청 막히고 어떨 때는 굉장히 건조하면서 맵고. 이 과정을 반복한 탓에 코 주변 살갗부터 안쪽 점막까지 헐어서 그런가 보다. 통증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아픔의 정점은 딱 어제였던 것 같다. 더 자세하게는 아래 일별 타임라인에서 다뤄보겠다.

 

2022년 8월 24일 수요일, 증상 4일 차 & 양성반응 2일 차

목이 가장 아팠던 날.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편도가 심하게 부은 적이 있다. 침조차 삼키기가 어렵고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힘을 잘 못 주면 목젖이 제 위치를 잃고 자꾸 어딘가에 걸려 많이 불편했었다. 이 고통이 내 평생의 인후통 기준치라고 한다면, 어제의 목 통증은 이때의 한 80% 정도인 듯하다. 목이 갈기갈기 찢기고 짓이겨지는 듯한 지금의 통증은 그 어린 날에 겪었던 것과는 살짝 별개지만. 

그 외에 몇 가지 달라진 양상으로는 첫째, 가래. 양성반응 1일 차 때는 살짝 불투명하지만 색깔이 없는 약간 끈적한 가래였다. 2일 차에는 눈에 띄게 노르스름하고 한 번은 푸르기도 한 가래가 나왔다. 많지는 않았지만 기침을 하면 무조건 나왔다. 

둘째, 콧물과 코막힘 그리고 건조함. 코가 너무 맵고 알 듯 모를 듯 귀까지 아픈 느낌. 살면서 딱히 중이염이나 뭐 관련 질환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코와 귀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고 귓속이 은근하게 간질간질한 느낌이 났다.

저녁에 갑자기 코 주변 피부가 걱정이 되어서 평소 손 놓고 있던 워시오프 마스크 팩을 했다. 민트가 엄청 들어간 슈렉팩이 어서 팩을 바르자마자 화-한 느낌에 코가 뚫리고 물로 다 씻어내고 나니 코비드 증상이 살짝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민트가 좋긴 좋구나? 물론 증상은 금세 돌아왔지만 허브, 약초 등 민간요법에 대해 갑자기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2022년 8월 25일 목요일, 증상 5일 차 & 양성반응 3일 차

 역시 통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계속 얕은 잠을 자니 별 해괴한 꿈을 마구 꾸어대었다. 자다 깨면 배경과 등장인물, 내용이 LTE급으로 전환되는데 다 기억나지는 않고 몇 가지 생생한 장면들만 재미 삼아 기록해보려고 한다. 코비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나중에 보면 이런 것도 다 흥미롭게 읽히기에. 다만 꿈 내용은 이 포스팅의 가장 하단에 배치하여 글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고자 한다.

참, 잘 못 자고 계속 뒤척이던 또 다른 이유는 팹. 슬프게도 팹마저 코비드 증상이 확연하게 나타나 어젯밤에서 오늘 새벽으로 넘어오던 때에 그 정도가 심해졌다. 팹이 중간중간 크게 재채기를 했는데 아마 내가 이때 잠에서 깨고 꿈의 전환이 이뤄진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점심으로 피자 먹고 2시간 낮잠 자고 저녁 뚝딱 만들어 먹고 쓰는 글 

지금 시각은 7.10pm이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증상을 나열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 코가 맵다. 가만히만 있어도 콧속이 너무 얼얼하고 아프다.

- 콧물이 흐른다.

- 눈이 건조하다.

- 목소리가 잠겨있다. 그래도 전에 비해서는 말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 종종 기침이 난다.

- 종종 누런 가래가 나온다.

- 아주 살짝 두통이 있다.

- 음식이나 물을 삼킬 때는 괜찮지만 침을 삼킬 때 오른쪽 편도에 작은 통증이 느껴진다.

- 미각이 아주 미세하게 약해진 것 같다.

그간의 코비드 증상 후기를 보면 다들 마지막까지 인후통이 남아있다고 했는데 내 케이스는 다른가보다. 어떤 사람 글에서는 괜찮은 줄 알고 있다가 하품을 했는데 다시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방금 입과 턱을 최대한 크게 열어 거짓 하품을 만들어보았는데 이상무! 좋다 좋아! 코만 좀 괜찮아지면 내일부터 격리 해제까지 꼭 홈트를 하고 말겠다. 먹는 건 그냥 스트레스받지 말고 지금처럼 먹을 거다. 괜히 조절한다고 했다가 오히려 폭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니.

다음은 위에서 언급했던 내 꿈들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며 확진 2, 3일 차 타임라인은 이만 마친다.

꿈 1. 장롱면허의 트럭 운전, 그리고 주차

예전에 아빠가 몰던 트럭을 내가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근데 이게 아주 작은 트럭이었다가 운전을 하면서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덤프트럭이 되어있었다. 장롱면허인 내가 갑자기 주차를 해야 되는 타이밍이었는데 그 넓던 주차장 역시 어느샌가 하나둘 차들이 채워지면서 정말 주차 자리가 딱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근데 어째 너무나 정석으로 주차가 잘 되었고, 내가 차에서 딱 내리니 사람들이 모여서 호평을 해주고 있었다. 대전 셋째 이모부가 갑자기 나오시더니 특유의 억양으로 칭찬을 해주시면서 내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허무하지만 이러고 끝.

꿈 2. 집에 강도가 들었다?

두 번째 꿈은 시작 자체가 침대에 누워있던 걸로 시작해서 처음에 살짝 혼란스러웠다. 참고로 나는 꿈속에서 그게 꿈인걸 아는 '자각몽'을 가끔 꾸는데 위험한 정도까지 가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꿈 얘기 다시 시작. 캄캄한 침실, 팹이 밤중에 화장실에 가겠다며 일어나서 방문을 열려는 중에 나도 얼핏 잠에서 깼다. 이상한 것은 팹은 아직 내 앞에 있는데 화장실에서 누군가의 노랫소리와 물소리, 씻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화장실이 아닌 거실에도 누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팹이 나에게 뭐라고 하면서 방에서 나갔는데 나는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나도 결국 따라 나갔는데 팹은 온데간데없고 웬 덩치 큰 두 남자가 있었다. 아마 팹이 말한 건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말고 바로 현관문으로 나오라는 소리였던 것 같다. 나는 그걸 캐치하지 못하고 그냥 거실로 나가버린 셈. 우리 집 구조는 안방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고 거실로 나가기 직전 현관이 있다. 물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거실에서 날 볼 수도 있기야 하지만 재빠르게 움직이면 충분히 가능한 플랜이긴 했다. 어쨌든 팹은 없고 나는 이 둘에게 거의 잡힐 상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한 명은 화장실에 가두고 한 명은 잘 따돌려서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꿈들 속에선 내가 참 대단도 하지.. 원래 꿈에선 펀치도 안 나가고 킥도 안 나가고 몸이 말을 안 듣는 게 정상인데 운이 왜 이렇게 좋았던 걸까. 로또를 사야 하나? 아무튼 집 밖에 나왔더니 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밤이었고, 나는 거의 속옷바람이었으며 우리 차 키는 집안에 있었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갑자기 옆집 2층에서 빌딩 매니저인 S가 얼른 올라오라고 손짓했고 우리는 부리나케 달려 그 집 안으로 피신했다. 집주인은 여행을 갔는지 집은 비어있었지만 마땅히 숨을 곳은 없었다. S는 옷장 안으로 몸을 숨기라고 했고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팹은 거짓말처럼 그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 데에 성공하였다. 과연 나는? 그렇다. 꿈은 꿈이다. 옷장인지 장롱인지 안에 이불과 옷가지들을 마구 빼내고 선반을 다시 조립하고 하는데도 내 몸은 당최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결국 강도들이 다시 그 집으로 들어오고 나는 꼼짝없이 그들에게 잡혔다. 그런데 그 순간 강도들이 어린아이들로 바뀌더니 내가 오히려 그들을 괴롭힐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 아이들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서, 말 되게 안듣는 남자 잼민이들이었고, 나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잔혹했던 장면이 살짝 있어서 그것에 대한 언급은 피하도록 하겠다. 꿈 2도 이렇게 끝.

꿈 3. 보라색 하늘과 하얀 보름달
마지막 꿈은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고 딱 제목 정도의 이미지만 기억난다. 누구와 함께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고 기억해내려 할수록 내가 거짓을 덧붙이는 것 같아서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남겨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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